정리파일 만들기
File your own drawers!
기록을 잘 하기 위한 정리파일.
자신만의 '파일 시스템'을 만들어라
나는 여러 일들을 동시에 진행하는 스타일이다. 손에 붙들고 있는 일이 몇십 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회사의 프로젝트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스태프들과 같이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팀 코디, 고객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프로젝트 초기의 맥 잡기와 방향 설정하기에 들여야 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특히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끄는 것의 최종책임은 나에게 있는 만큼 중간중간 진행경과를 파악하고 체크하는 일도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또한 나혼자 하는 일도 많다. 글쓰기, 책 만들기는 대표적이다. 글도 혼자 쓰기도 하지만 여러 저자들과의 공동회의를 통해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일들도 대개 직접 처리한다. 많은 위원회 활동 역시 회의 시간에만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준비, 사후처리의 업무가 만만치 않다. 경력이 쌓이면서 방송 출연도 많아지는데 꽤 많은 준비를 요한다. 특히 아크포럼을 시작한 후에는 활동의 가지들이 더 많아졌다. 아무리 인터넷 상이지만 그래도 역시 하나의 언론매체이니만큼 기획과 코디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요한다.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소리중 하나가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해내는 비결이 뭐냐는 것이다. "징그럽다." 라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물론 집중력, 의지, 관심,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 투자 같은 요인들이 당연히 있겠지만, 나는 많은 일을 동시에 해내는 비결로 간단히 이렇게 대답한다. "서랍이 많지요!"
1. 머리 속 서랍을 많이 만들자 !
'서랍'이란 참 요긴한 물건이다. "분류를 할 수 있다. 닫아두면 잊어버릴 수 있다. 언제나 열면 거기에 있다." 참으로 요긴하기 짝이 없다.
머리 속에 이렇게 요긴한 서랍을 만드는 훈련을 하자. 어차피 우리의 뇌란 나름대로 분류를 해서 저장을 하고 있다. 다만 사람의 뇌란 진짜 서랍과는 달리 그렇게 물리적으로 자료를 분리해서 나누어 놓는 것이 아니라는데 매력이 있다. (사람의 뇌란 여러 요소들을 분해적으로 저장하고 그것들이 외부의 자극에 의해 서로 파장과 간섭을 일으키며 반응과 생각을 만든다고 한다. 마치 '파도'나 '바람'처럼 말이다. 사람이 끝없이 창의적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매력을 잊지 않되, 서랍을 여럿 만들고, 서랍을 닫으면 확실히 잊어버리고, 서랍을 열면 그 안에 저장된 것을 꺼내는 훈련을 하자.
이 훈련은 기본적으로 '분류의 훈련'이다. '알되 잠시 잊어버릴 줄 아는 훈련'이다(일종의 '임시적 기억상실증'이라고나 할까?). 마치 스위치를 끄듯이 잠재우는 훈련이다. 또한 이 훈련은 '잊어버리지 않는 훈련'이다. 잠은 재우되 잠 속에서도 생각은 발전되는 그런 훈련이다. ("자면서 생각해!" 또는 영어로 "Sleep on it!"이라는 말은 모두 맞는 이야기란다. 낮에 공부한 것이 밤에 자면서 뇌에 기록 저장된다는 과학적 입증이 되었다.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것이다.)
참고 이야기 1: '서랍' 가구의 역사? 가구를 보면 우리의 정리 시스템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 전통가구에는 서랍장보다는 문갑장, 선반장, 박스장들이 많다. 서양가구에는 서랍장이 단연코 많다. 서랍장은 또 현대에 들어올수록 많아졌다. 17-18세기 들어오면서 서양의 가구들에도 서랍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일본의 근대가구를 보면 서랍이 많아지면서 가구형태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근대가구도 마찬가지다. 전통가구의 한통속 넣기, 쌓아올리기 방식이 많이 달라져서 각종 크기의 서랍이 많이 달리기 시작한다. 그만큼 "서랍이란 분류다." 전통가구들 중에서도 선비들이 쓰던 '서안' '고비'에는 칸칸이 많다. 서류의 분류, 문방구의 분류가 곧 지식의 분류와 통하는 것일 게다. 복잡한 현대생활이 되고 잡사, 잡물들이 많아질수록 현대가구에서 서랍은 많아진다. 오죽하면 부엌가구들도 그렇게 분류서랍들이 많아질까? 문을 열고 다시 금속제 분류함들을 꺼낼 수 있게 함으로써 모든 것을 종류별로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셈이다. 하물며 냉장고도 이런 디자인으로 바뀐다. 와이셔츠장, 넥타이장도 분류장으로 바뀌는 것도 현대인이 얼마나 많은 만물을 끼고 사는 것을 보여준다. 꼭 좋은 일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왜 인간은 이렇게 많은 온갖 잡사, 잡물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
2. 물리적인 서랍, 즉 파일을 많이 만들자 !
그런데 사람이란 그렇게 쉽게 머리 속의 서랍으로만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없다. 그래서 진짜 서랍이 필요한 것이다. "서랍이 많다!"는 곧 "정리파일이 많다!"는 뜻이다. 정리파일을 잘 할수록 해낼 수 있는 일은 많아진다.
경력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머리 속의 노하우가 쌓인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실제적으로 파일의 자료축적이 더욱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경력이 많아질수록 자료는 점점 더 많이 쌓인다. 자료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행정서류(제안서, 기획서, 중간메모, 계약서, 정산서류, 세무보고 등등), 책, 보고서, 중간 보고서, 도면, 시방서, 테크니컬 리포트, 온갖 종류의 스크랩, 미디어에 발표한 글, 편지, 팩스, 명함, 전화번호, 주소록, 중간 스케치, 사진, 슬라이드, 오디오 테이프, 비디오 테이프, 스터디 모형, 최종 모형, 자재 브러슈어, 자재 샘플, 문구, 공구 등등. 게다가 자신의 취미생활이 다양할수록 가짓수는 더 늘어난다. 정말 '열려라, 참깨!' 하면 어떤 자료도 나올 수 있도록 되면 오죽 좋을까?
파일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사람의 취향마다 다르다. 온갖 오피스 가구와 문방구를 사용하면서 기막히게 위생적으로 파일을 잘해놓는 사람도 있고, 그저 적당히 쌓아 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방침을 정해놓는 것이 좋은가?
나의 방침은 뚜렷하다. 파일정리 시스템을 만드는데 있어 다음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필요할 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자료란 쓰기 위해서 모으는 것이니 만큼 쓰지 못할 자료는 소용이 없다. 찾기 쉽게 분류하고 정리한다.
눈에 보여야 한다.
자료가 많으면서도 어떤 자료가 있는지 잊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방지하려면 어떠한 자료가 있는지 눈에 잘 띄어야 한다.
되도록 공간을 덜 차지해야 한다.
공간싸움은 치열하다. 되도록 공간을 덜 차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은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참고 이야기 2:눈에 잘 보이는 '게시판'의 효용성' 눈에 띄는 것만큼 우리를 자극하는 것도 없다. 그 점에서 '게시판'이란 무척 효용성이 있다. 벽에다 잔뜩 붙여 놓고 오며가며 보는 것이다. 보는 만큼 잊지 않고 또 보는 만큼 이것저것 생각이 난다. 그림을 다루는 사람일수록 많은 것이 눈에 띄게 하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 작업중의 스케치를 붙여 놓을 벽이 꼭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설계사무실이나 디자이너의 작업실, 화가의 작업실에 온갖 벽이며, 패널이며, 이젤이며, 도면행거며 걸려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붙일 수 있는 벽이란 필수적이다. 메모도 마찬가지다. 파일에만 들어가 있으면 잊기 쉽다. 눈에 띄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게시판.'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자. 되도록 테이프보다도 핀-업을 할 수 있는 것이 최고다. 핀으로 찔렀다 뺐다 할 수 있는 것이 최고다. 이런 게시판을 마련해주면 일하는 습성이 달라진다. 내가 어린아이들에게도 써 본 경험에서 나온 배움이다. 부디 자신의 작업공간에 게시판을 만들어라. 남이 보아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작업과 작업의 내용과 작업상황을 과시해라. 남들이 보고 한마디하는 것에 고마워하라. 자신의 게시판에 남을 끌어들여라. 일단 눈에 띄게 해놓고 생각하자. |
그런데 이러한 방침도 실제적인 상황에서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 내가 쓰는 방식은 이렇다.
'봉투-파일'을 교차 이용한다.
시중에서 파는 각종 파일(얇은 종이, 두꺼운 종이, 투명비닐, 두터운 비닐, 클리어 파일 등)들은 다 각기 용도가 있다. 나는 시중에서 파는 파일은 '당장 단기용,' '대외용,' '장기 보관용'으로만 쓴다. 당장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펼치기 좋은 파일이 좋다. 대외용으로 펼쳐 보이고 장정도 좋으니 보기가 좋다. 그리고 클리어 파일 같은 것은 글 쓴 것 모으기 같은 용도에 좋다. 그러나 여기에 그친다. 나는 '봉투'를 더욱 즐긴다. 부피 작고 값이 싸고 온갖 우편물들의 재활용이 가능해서다. 일단 지나간 자료는 봉투에 담아 봉투 뚜껑에 제목을 달아 꽂아둔다. 파일보다 훨씬 더 찾기 좋다. 공연히 비싸고 부피 많이 차지하는 파일보다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훨씬 더 경제적이다.
'이동 가능한 박스'를 이용한다.
나는 박스를 좋아한다. 들고 다니기 편해서다. 책장에 꽂아두면 자꾸 하나씩 빼가니 잘 없어지곤 해서 여러 사람이 같이 쓰자면 나중에 혼선이 오곤 한다. 박스에 담아두면 박스째 오갈 수 있다. 당장 진행되는 프로젝트도 또는 지나간 프로젝트도 되도록 박스에 담아둔다. 봉투와 박스는 같이 잘 어울린다. 예컨대, 나는 아직도 슬라이드와 사진들을 봉투 시스템과 박스 시스템에 의해 관리하고 있다. 여유가 있으면 나도 슬라이드 자료실을 멋있게 만들고 싶지만 그 때 까지는 지금처럼 봉투-박스 시스템이 편하기 짝이 없다.
'칸 많은 책장'을 쓴다.
책장은 눈에 보이게 하는데 그만이다. 도서관처럼 자료번호로 분류한다는 것은 나로서나 우리 회사의 규모로서 고려할 수 없다. 도서분류야 말로 엄청난 관리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쓰는 방법은 책장의 공간별로 주제를 중분류해 두는 일이다. 가령, 건축이론, 건축 모노그래프, 도시역사, 주거, 문화비평, 역사, 디자인, 온갖 매뉴얼, 온갖 연락처 하는 식이다. 나는 또 많은 기고를 하는 만큼 그 원본을 모아두는 책장 공간을 별도로 할애해 둔다. 가장 유용하기는 진행 프로젝트에 대한 칸 만들어놓기다. 개수가 많을수록 정신이 없어지는데 그 때마다 책장에 관련 서류와 자료를 끼워놓고 일상의 내 머리로는 잊어버리려 노력한다. 필요해지면 다시 책장 앞에 선다. 이런 분류를 하기에는 칸 폭이 좁은, 예컨대 1자 반 폭의 책장이 그만이다. 폭이 너무 넓으면 분류하다가 사이에 다른 그 무엇을 끼워 놓아야 하니까 귀찮다.
그 외에도 간단한 듯하면서도 꼭 지켜야 할 요령이 있다.
'제목'을 '꼭' 또 '잘' 단다.
제목은 기억을 자극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여러 사람이 쓰는 파일이라면 '중성적'인 제목이 무난하다. 자기 혼자만의 자료파일이라면 다소 개성이 뚜렷한 제목도 괜찮다. 부디 무엇이든 처음에 제목을 달라. 나중에 더 좋은 제목으로 바꾸더라도 말이다. 주변을 보면 자료를 쌓아만 두고 아직도 제목을 안 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소용없는 짓이다. 제목을 안 단 자료란 아무 쓸모가 없다.
'연도'를 '꼭' 단다.
제목 옆에 또는 제목 앞에 연도를 꼭 달자. 자료란 시간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환기시키는데 시간만큼 좋은 것도 없다. 그 자료 하나만이 아니라 그 시간에 언저리를 이루었던 모든 사건들과 함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만큼 기록의 역사란 시간의 역사다. 책을 사서 사인할 때 구입연도를 꼭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책을 왜 샀고 어떻게 읽었는지 시간과 함께 떠오른다.
'마스타 파일'을 '꼭' 만든다.
하나의 일에 대한 총괄적인 내용을 담는 '마스타 파일'을 꼭 만들자. 이것은 여럿이 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꼭 필요한 일이다. 하나의 파일을 모든 팀원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복사가 쉬워진 요즈음 각 팀원 별로 자기 파일을 가지려는 성향이 많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대개 업무의 중복이 일어날 뿐 아니라 개인별로 놓치는 자료가 많아서 커뮤니케이션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어쩌다 중간 회의를 놓치거나 자리를 비울 때에도 팀작업의 작업전개에 모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가 바로 마스타 파일이다. 마스타 파일을 만드는 습관을 모두 하자.
3. 사이버 파일은 정말 큰 도움이다.
컴퓨터가 나온 뒤 정말 좋아졌다. 파일링 하는데 간편하고 또 공간절약에 무척 좋다. 플로피 디스켓, 하드 파일, CD, 게다가 요즈음엔 엄청난 정보를 여럿이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네트워크 서버 등, 문서를 보관하기에도 또 그림 파일을 보관하기에도 그만이다.
나 역시 컴퓨터를 쓰게 된 후에 파일링하는 방법이 무척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1980년대 초 컴퓨터를 처음 쓰면서 한동안은 오히려 귀찮은 점도 없지 않았다. 디스켓과 종이 프린트물 두 개를 다 보관하는 짐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데에서 나온 문제다. 종종 에러가 나고 파일이 깨지는 등의 문제가 잦다보니 두 가지를 동시에 보관하게 되었다. 이제는 다르다. 그만큼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서 꼭 프린트 물을 보관하지 않더라도 안심이 된다. 백-업 파일이 자동적으로 되고 에러가 일어난 파일도 재생 가능하니 참으로 좋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정말 간편하게 디스켓 몇 장만 보관해도 자신의 작업을 온전하게 담을 수 있다.
사이버 파일을 쓰기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컴퓨터를 쓰면서도 아직도 꼭 종이에 프린트해야 눈에 들어온다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도 전환기의 마인드일 것이다. 내 경우에도 아직 도면의 경우에는 프린트가 편하다. 모니터 상에서 도면을 읽기에는 전체가 안 들어온다. 글의 경우에는 프린트 보다 오히려 모니터가 편한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모니터란 아무리 많은 윈도우를 사용하더라도 아직 전체를 한꺼번에 눈으로 볼 수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책이나 도면집을 후르륵 한 번 훑어보며 갖는 총괄적인 시각이 아직 아쉽다. 그만큼 컴퓨터란 시간적으로 '시리얼(serial, 연속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특히 네트워크 서버를 쓰면서부터는 여럿이 자료를 공유하기에 그만이다. 물리적으로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고 게다가 당장 같은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끼리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 있는 사람들과도 하나의 업무를 동시에 같이 할 수 있다. 우리의 업무스타일을 바꾸게 할 획기적인 네트워크임에 틀림없다. 부디 두려워말고 모든 새로운 프로그램을 실험해보라.
컴퓨터를 생활화하면서 파일을 정리하는 데 있어 훨씬 체계적이 된다는 것을 나는 느끼고 있다. 파일에는 모두 이름을 달게 마련인데, 이 이름을 잘 달고 서로 분류하는 작업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는 것이다. 이름을 잘 달아야 나중에 찾기 쉬우니 그만큼 이름 달기에 관심을 쏟게 된다. 물론 기분 언짢은 점도 없지 않다. 아무래도 컴퓨터 파일에는 영어 알파벳과 숫자만으로 이름을 달게 되는 것이다. 물론 한글로 이름을 달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 파일 등에는 영어사용이 더 편하다. 그만큼 아이덴티티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도 적지 않다. 과연 영어 사용이 지배적인 컴퓨터 문화가 생활화가 되면서 문화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두고 볼 일이다.
4. 휴지통에 과감히 버리고 잘 잊어 먹자.
파일정리를 잘 한다는 것은 또 한편 취사선택을 잘 한다는 말과도 통한다. 쌓아 놓는 것 뿐 아니라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 취향과도 크게 관련이 있다. 무턱대고 쌓아만 놓는 사람도 있고 폐기처분에 능한 사람도 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컴퓨터에서 버릴 때 과감하게 휴지통에 몰아놓고 버리듯이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버려야 또 채울 것이 생기기도 한다. 나 역시 마음 같아서야 기록문화가 빈곤한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든 모아서 나중에 '기록관'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모으고 싶지만 공간상의 제약으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 역시 적어도 3년에 한 번은 과감하게 버린다. 10년에 한 번은 대청소를 한다.
다만 이 것 한가지는 유념하자. 우리들은 지나치게 잘 버린다. 쌓아올리기를 하는데 취약하다. 버릴 때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버리자. 자신을 위해서나 또 사회를 위해서.
'서랍'을 머리 속에, 실제적으로 잘 만드는 습관.
더 많은 일을 하는데 있어서 또 더 크게 자라는데
틀림없이 더 큰 힘이 된다.
<출처> SERI.벤치마킹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