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힘 있는 메시지'이고 다른 하나는 ‘힘 없는 메시지'이다. 힘 있는 메시지를 들으면 ‘아, 그렇구나' 하면서 단숨에 와 닿는다. 길고 복잡한 내용을 가슴에 쏙 와 닿게 짧은 문장으로 전달하는 것이 파워 메시지의 힘이다.
반면 힘 없는 메시지는 들어도 무엇을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공허하고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을 피하고 힘 있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 명쾌한 법칙을 알아 보자.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25개
단어
필자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시절 지도교수는 학생들에게 늘 ‘25개 단어 훈련'을 시켰다. 이 훈련의 방법은 이렇다. 수업 시간에 학생에게 어떤 질문을 한다. 학생이 거기에 대해 전문용어로 점철된 길고 지루한 답변을 하면 교수는 학생에게 다시 요구한다. “방금 당신이 한 이야기를 25개 단어 이내로 줄여서 다시 말해 보라.”
이는 어떤 종류의 메시지라도 간결하게 핵심을 짚어 낼 수 있는 효과적인 훈련이었다. 아무리 복잡한 사안이라도 미리 준비하면 한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25개 단어로 축약해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단어를 나열할 여유가 없다.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가장 필요한 단어만으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핵심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에는 핵심의 원칙, 간결성의 원칙, 단순함의 원칙, 생동감의 원칙, 마음의 원칙, 유머의 원칙 등이 있다. 이 원칙들을 파악하고 메시지를 만들 때 유념해 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 보자.
1. 간결성의 원칙
한 광고대행사 사장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광고 메시지가 너무 단순하다고 지적하는 광고주에게 이렇게 대응한다고 한다. “자, 이사님. 일어나 보시죠” 하고는 광고주가 일어나면 미리 준비한 테니스 공 두 개를 한꺼번에 던진다. 광고주는 당황하며 공을 받지 못한다. 대행사 사장은 “잘 받아 보세요. 두 개 던질 테니까”라며 다시 공을 던진다. 역시 잘 받지 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광고주가 받을 수 있도록 한 개의 공을 던진다.
이 이야기는 결국 간결한 하나의 메시지가 고객에게 잘 전달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동시에 여러 가지를 이야기해 봐야 상대방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쓸데없는 말은 과감히 빼야 한다. 전하고 싶은 단 한 가지만 말하라.
2. 단순함의 원칙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단순함의 원칙이 중요하다. 메시지는 귀에 와서 착 달라붙을 때 설득력이 생기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해야 한다.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는 말은 아무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 팝콘에 들어 있는 기름이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설명해 보자. 무슨 성분 몇 ml가 들어 있어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보다 ‘팝콘 한 봉지에 들어 있는 기름이 햄버거, 닭튀김, 감자튀김에 들어 있는 기름을 다 합한 것보다 더 많다'라고 하면 확실하게 와 닿는다. ‘이것을 다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기름?'이라며 놀라게 되지 않는가?
3. 생동감의 원칙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펄떡펄떡 살아 있는 듯 생생한 표현으로 전달해야 한다. 펄떡펄떡 살아 있다고 해서 ‘막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진부한 표현 대신 좀 더 신선한 표현을 선택하자.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구태의연하고 지루한 메시지가 권위의 상징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권위가 있을수록 생생한 말로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생동감 넘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추상적이고 어려운 단어를 되도록이면 빼자. 그 대신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이고 명확한 단어로 표현해야 한다. “우리는 스테이크를 파는 것이 아니라 지글거림을 판다”고 광고한 스테이크 전문점이 있다. ‘우리는 맛있는 스테이크를 판다'고 하는 것보다 얼마나 생생한가? 같은 의미라도 더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4. 마음의 원칙
메시지는 진솔한 마음이 담길 때 힘이 생긴다. 숙명여대 이경숙 전 총장은 재임 14년 동안 1,00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았다. 졸업생 대상으로는 모교의 발전을 위해서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을 벌였다. 많은 숙명여대 졸업생들이 동참했고, 이 캠페인은 성공했다. 그냥 기부를 하라는 것과 등록금을 한 번 더 내자는 것은 졸업생들에겐 다가오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모교에 대한 사랑을 불러 일으키는 진솔한 희망이 들어 있는 것이다.
5. 유머의 원칙
유머감각과 재치는 이제 경쟁력이다.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드는 사람은 협력과 지지를 끌어낼 수도 있다. 외국의 CEO나 정치인들은 대체적으로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재치있는 유머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사람과 흥분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비분강개파보다 유머파의 여유가 더 돋보인다.
유머는 메시지의 마지막 2%를 채우는 힘이며 현 시대의 코드이다. 재치와 유머로 마지막 2%를 채운다면 메시지의 설득력에 날개를 다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말을 했다. “1년 중에 특히 도박을 하면 안 되는 달이 있어요. 1월, 9월, 그리고 2월, 10월. 그 다음에 3월, 5월, 6월, 8월, 11월, 12월, 그리고 4월과 7월이지요.”
미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링컨은 사실 그렇게 호감 가는 얼굴은 아니었다. 의회에서 한 야당 의원이 링컨에게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악의적인 비난을 퍼부었을 때 링컨은 이렇게 대꾸했다. “만일 나에게 두 얼굴이 있었다면 왜 이런 중요한 자리에 하필 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요즘 사회는 재미있는 사람을 원한다. 잘 생기고 재미없는 사람보다 외모가 평범하더라도 유머있고 재미있는 사람이 더 많은 인기를 얻기도 한다. 지능지수(IQ)가 높아 똑똑한 사람보다 엔터테인먼트 지수인 엔큐(EnQ; Entertainment Quotient), 즉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각광 받는 시대다.
- 강미은 / 숙명여대 언론정부학부 교수.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커뮤니케이션 불변의 법칙>, <논리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글쓰기의 기술> 저자.